우리 사업이 뿌리내린 곳은 인도네시아 보르네오섬의 서칼리만탄입니다. 지도를 펼쳐 이곳을 찾으면, 한 가지 특별한 점이 눈에 들어옵니다. 바로 적도가 이 땅을 가로지른다는 것입니다. 지구를 위아래로 나누는 그 선이, 우리 나무들이 자라는 땅 위를 지나갑니다.
그런데 이 "적도 위"라는 사실이, 나무를 길러 연료를 만드는 우리에게는 더없이 큰 선물입니다. 오늘은 왜 하필 이곳인지, 그 이야기를 해보려 합니다.
쉬지 않고 자라는 나무들
온대 지방의 나무를 떠올려 보십시오. 한국의 나무들은 봄에 싹을 틔우고 여름에 무성해졌다가, 가을이면 잎을 떨구고 겨울엔 성장을 멈춥니다. 일 년 중 절반 남짓만 자라고, 나머지는 추위 속에 잠드는 셈이지요. 나무의 나이테가 생기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자라는 계절과 멈추는 계절이 번갈아 오며 테를 하나씩 새기는 것입니다.
적도의 나무는 다릅니다. 서칼리만탄은 일 년 내내 기온이 27도 안팎으로 거의 변하지 않고, 낮의 길이도 사철 열두 시간으로 한결같습니다. 겨울이 없으니 나무가 잠들 이유도 없습니다. 이곳의 나무는 한 해 내내, 쉬지 않고 자랍니다. 봄을 기다릴 필요도, 겨울을 견딜 필요도 없이 매일매일 조금씩 몸을 불려 갑니다.
같은 나무라도 이 땅에서는 훨씬 빨리 자란다는 뜻입니다. 우리가 심는 속성수들이 몇 해 만에 연료로 쓸 만큼 굵어지는 것도, 이 쉼 없는 성장 덕분입니다. 적도는 나무에게 일 년 열두 달을 온전히 내어 줍니다.
하늘이 대신 물을 주는 땅
나무가 자라는 데 햇빛만큼 중요한 것이 물입니다. 서칼리만탄은 이 점에서도 축복받은 땅입니다. 이곳은 일 년 내내 비가 넉넉히 내리는 열대우림 기후로, 가장 덜 내리는 달조차도 상당한 비가 옵니다. 메마른 계절이 따로 없다시피 한 것이지요.
이것이 왜 중요할까요. 물을 일부러 대주지 않아도, 하늘이 대신 나무에게 물을 주기 때문입니다. 넓은 조림지에 사람이 일일이 물을 주는 일은 엄청난 수고와 비용이 듭니다. 그런데 이 땅에서는 자연이 그 일을 맡아 줍니다. 따뜻한 기온과 넉넉한 비, 나무가 자라는 데 필요한 두 가지를 이곳은 애쓰지 않아도 늘 갖추고 있습니다.
바다로 이어지는 길
땅이 아무리 좋아도, 만든 연료를 실어 내보낼 길이 멀면 소용이 반감됩니다. 우드펠릿은 결국 바다를 건너 한국과 일본의 발전소로 가야 하니까요.
서칼리만탄은 이 점에서도 유리합니다. 우리 조림지와 공장에서 가까운 곳에 큰 배가 드나드는 항구가 있어, 만든 펠릿을 먼 육로로 돌리지 않고 곧장 배에 실을 수 있습니다. 나무를 기르는 숲과, 그것을 실어 내보내는 바다가 가까이 붙어 있는 것입니다. 앞선 이야기에서 우리가 "가까운 숲과 가까운 바다"를 강조했던 까닭이 여기에 있습니다. 짧은 길은 운송의 수고와 비용을 줄이고, 그만큼 연료를 태우기도 전에 새어 나가는 탄소를 줄여 줍니다.
우연이 아니라, 선택입니다
우리가 이 땅에 자리 잡은 것은 우연이 아닙니다. 나무가 쉬지 않고 자라는 따뜻함, 하늘이 대신 물을 주는 넉넉함, 그리고 바다로 곧장 이어지는 가까움. 나무를 길러 연료를 만드는 일에 이보다 어울리는 조건을 찾기는 쉽지 않습니다.
적도는 오래전부터 이 땅에 이 선물들을 내려 두었습니다. 쉬지 않는 따뜻함과 하늘이 대신 주는 넉넉한 비, 그리고 바다로 곧장 이어지는 길. 나무를 길러 연료를 만들기에 이보다 어울리는 자리를 찾기는 쉽지 않습니다. 서칼리만탄은, 그런 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