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KO NATURE ENERGY
이야기
이야기 하나 · 04

숲에서 여인을 만난
두 남자 이야기

2026. 07 · PT. INKO NATURE ENERGY

옛날이야기 하나로 시작하겠습니다. 어쩌면 당신은 이미 알고 있는 이야기일지도 모릅니다. 그것도, 당신이 어느 나라 사람이냐에 따라 다른 이름으로요.

한국에는 '선녀와 나무꾼'이 있습니다. 어느 날 나무꾼은 사냥꾼에게 쫓기던 사슴 한 마리를 숨겨 목숨을 구해줍니다. 사슴은 그 보답으로, 하늘의 선녀들이 몰래 내려와 목욕하는 연못을 일러주지요. 나무꾼은 그곳에서 한 선녀의 날개옷을 숨깁니다. 날개옷을 잃은 선녀는 하늘로 돌아가지 못하고, 나무꾼과 부부가 되어 아이를 낳습니다. 세월이 흘러 선녀는 숨겨졌던 날개옷을 되찾고, 결국 하늘로 올라가 버립니다. 홀로 남은 나무꾼은 하늘로 떠난 선녀를 그리워하다, 지붕 위에 올라 하늘을 보며 우는 수탉이 되었다고 하지요.

인도네시아에는 '자카 타룹과 나왕 울란'이 있습니다. 숲가에 사는 젊은이 자카 타룹은 어느 날 숲속 깊은 곳에서 여인들의 웃음소리를 듣습니다. 소리를 따라가 보니, 하늘에서 내려온 선녀(bidadari)들이 연못에서 목욕을 하고 있었지요. 그는 한 선녀의 날개숄(selendang)을 몰래 숨깁니다. 숄을 잃은 나왕 울란은 하늘(Kahyangan)로 돌아가지 못하고, 자카 타룹과 부부가 되어 딸을 낳습니다. 세월이 흘러 나왕 울란은 곳간의 쌀 밑에 숨겨졌던 숄을 발견하고, 결국 하늘로 올라가 버립니다. 다만 그녀는 말을 남깁니다. "보름달이 뜨거든 아이를 밖에 내보내세요. 그때 내가 돌아오겠습니다."

두 이야기가 놀랍도록 닮았지요. 우연이 아닙니다. 하늘에서 내려온 여인, 훔친 날개, 맺어진 인연, 그리고 되찾아 떠나는 결말 — 이것은 아시아 곳곳에 퍼진 하나의 오래된 이야기입니다. 한국과 인도네시아가, 서로 만난 적도 없이, 같은 이야기를 각자의 언어로 품어온 것이지요.

그런데 이 두 남자에게는 닮은 점이 하나 더 있습니다. 바로 직업입니다. 나무꾼은 산에서 나무를 베어 땔감으로 파는 사람이었습니다. 자카 타룹 역시 숲에 기대어 살아가는 사람이었지요. 두 사람 모두, 숲에서 나무를 얻어 삶을 이어가는 이들이었습니다.

그러고 보면, 이것은 우리의 아주 오래된 직업이기도 합니다. 우리 역시 숲에서 나무를 얻어 연료를 만드는 사람들이니까요. 옛날의 나무꾼이 마른 가지를 지게에 지고 내려와 아궁이의 불을 지폈다면, 우리는 그 나무를 작은 알갱이로 만들어 먼 나라 발전소의 불을 밝힙니다. 도구와 규모는 달라졌지만, 본질은 같습니다. 나무의 힘을 사람이 쓰는 온기로 바꾸는 일. 우리는 그 오래된 나무꾼들의 먼 후예인 셈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이 이야기를 조금 다르게 읽어보려 합니다. 나무를 심고 기르는 사람의 눈으로, 그리고 같은 일을 하는 사람의 눈으로요.

두 이야기 속 남자는 모두 숲에서 귀한 것을 만났습니다. 그리고 둘 다 똑같은 선택을 했습니다. 숨기고, 가지려 했습니다. 날개옷을, 날개숄을 감춰 곁에 묶어두려 했지요. 잠시는 행복했습니다. 나왕 울란이 곁에 있는 동안 곳간의 쌀은 줄지 않았고, 살림은 넉넉했으니까요.

하지만 하늘에서 온 것은, 결국 하늘로 돌아갔습니다. 억지로 숨겨 가둔 것은 오래가지 못했습니다. 숨긴 자리에서 날개는 다시 발견되었고, 여인은 떠났습니다. 붙잡아 두려는 마음이 강할수록, 이별은 그만큼 아팠습니다.

숲은 붙잡아 가두는 것이 아니라,
돌려주며 함께 가는 것입니다.

우리도 숲에서 귀한 것을 얻습니다. 나무를 베어 연료를 만들고, 그것으로 먼 나라의 불을 밝힙니다. 하지만 두 남자처럼 숨기고 가지기만 한다면, 숲도 언젠가 하늘로 돌아가 버릴 것입니다. 얻기만 하고 돌려주지 않은 산은 결국 헐벗고, 사람을 떠납니다. 그것이 세계 곳곳에서 실제로 벌어진 일이기도 하고요.

그래서 우리는 다른 나무꾼이 되려 합니다.

숲에서 얻은 것을 숨기는 대신, 그보다 많은 것을 숲에 돌려주려 합니다. 벤 자리에는 다시, 더 많이 심습니다. 그렇게 산이 줄지 않고 오히려 조금씩 자라나기를 바랍니다.

받은 것을 땅과 사람에게 돌려주려 합니다. 나왕 울란이 곁에 있는 동안 곳간을 넉넉히 채워주었듯, 이 사업이 뿌리내린 땅과 그곳의 사람들에게도 그 넉넉함이 흘러가기를 바랍니다.

그러면 숲은 떠나지 않습니다. 나왕 울란이 보름달마다 돌아오겠다 약속했듯, 돌려주며 대하는 숲은 해마다 다시 우리에게 돌아옵니다. 이것이 우리가 믿는 순환입니다. 몰래 숨긴 날개는 언젠가 발각되어 떠나지만, 정성껏 기른 숲은 계절마다 되돌아옵니다.

맺으며

옛날의 두 남자는 귀한 것을 붙잡으려다 잃었습니다. 우리는 그 이야기에서 반대의 길을 배웁니다. 붙잡지 않음으로써 곁에 두는 법, 돌려줌으로써 오래 함께하는 법을요. 우리는 심을 줄 아는 나무꾼이 되려 합니다. 그리고 우리의 숲이, 보름달처럼 언제나 다시 돌아오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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